세잔, 쇠라, 고갱… 여러 유명한 화가의 그림 중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만 모여있는 사람들. 우리는 그림에서 무엇을 보는가. 어떤 그림이든 마음먹으면 발견할 수 있고 감동할 수 있고 명상할 수 있다. 미술이라는 장르에 함정이 있다면 그것을 마주할 때 감각보다 지식이 앞서기 쉽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대미술은 알고 보길 혹은 보고 알길 요구한다. 음악과 춤은 그렇지 않다. 알기 전에 느낀다. 영화는 그사이 어딘가….
작업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면 의미보다는 기분이 좋은 소재인 것 같다. 의미는 생각하게 하고 기분은 느끼게 한다. 의미가 가르침이라면 기분은 깜짝선물 같달까. 나는 깜짝선물을 주고 싶다. 그러려면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안 되겠다. 가능한 한 감각에 충실해야겠다. 춤과 음악에서도 종종 의미를 앞세우는 경우가 보인다. 많은 경우 감동하지 못했다.
세잔의 ‘Fontainebleau (Pines and Rocks)’. 내가 오르던 삼청공원 뒷산의 냄새도 나고 세잔이 앉아 있었을 그곳의 냄새도 마법처럼 스친다. 소나무와 바위 위로 파란 하늘과 햇빛이 슬쩍 비치는 그 장면을 어떻게 그려낼지 몰두하는 세잔의 기분에 들어가 본다. 그림을 위대하게 여길 때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그저 한 사람이 공들여 빚어 본 결과물로 대할 때 편안해진다. 원래는 마음 가는 그림을 골라 따라 그릴까 했는데 생각을 바꾼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골라 세잔의 마음으로 그려봐야지.
이번 뉴욕 여행에서 내가 부리는 사치는 미술관을 하루에 한 층만 보는 것이다. 내일 또 와도 되고 내일모레 또또 와도 되기에 숙제하듯 모든 곳을 보지 않아도 된다. MoMA는 현대카드가 있으면 무료이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주소지가 있으면 원하는 만큼의 기부액으로 입장할 수 있어서 부담이 적다. 입장료가 비싼 구겐하임 미술관, 프릭 컬렉션 등은 하루에 다 볼 것이다.
데이빗번을알게된건 7년전홍콩클락켄플랩(Clockenflap)이라는페스티벌에서였다. 음알못그잡채인나는누군진모르겠지만대단히멋지다고생각했다. 한참지나음악가인친구가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싸이코 킬러(Psycho Killer)'라이브영상을보여줬을때 “나이사람아는데! 이런이름이아니었는데?” 했다. “아, 이노래가이사람노래야?” 까지했다. 자신이 정말 노래를 쓸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자처음만든노래가 싸이코 킬러인데이빗번. 그가사는동네인뉴욕에서의 공연은홍콩의 그것과사뭇달랐다. 더오손도손했다. ‘데이빗번공연을의자에앉아서본다고?’ 삐죽거린나를비웃듯공연시작전안내방송이나왔다. “언제든지일어나춤추셔도됩니다.” 옆에있던여자가소리쳤다. “I LOVE YOU!!!”